강남권에서 시작된 아파트값 상승세가 서울을 넘어 경기 과천·성남·용인 등 인접 지역으로 확산하고 있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거래가 7000건을 돌파한 데 이어 경기도 거래량도 1만3000여 건으로 올 들어 최다를 나타냈다. 서울 아파트 거래 시장과 청약 시장이 달아오르는 가운데 서울 접근성이 좋으면서도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경기도 주요 도시가 대체 주거지로 주목받고 있다. 업계에서는 당분간 아파트 거래 증가 속에 가격이 상승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강남도 아닌데…"3억 넘게 올랐다" 난리난 옆세권 아파트

○경기 부동산 절반은 아파트 거래

26일 경기부동산포털에 따르면 지난달 경기도 전체 부동산 거래량은 2만4460건으로, 2022년 6월 이후 최대치다. 지난 2월 1만8017건으로 최저치를 찍은 뒤 4개월째 늘고 있다. 상승 주역은 아파트였다. 4월 저점을 찍은 이후 2개월 연속으로 거래량이 증가해 지난달 1만3061건을 기록했다. 전체 부동산 중 아파트 거래량 비중도 2월 41.9%에서 지난달 53.4%로 11.5%포인트 올랐다. 경기도 부동산 거래의 절반이 아파트인 셈이다. 지난달 아파트 거래 신고가 이달 31일(계약 후 30일)까지인 것을 고려하면 아파트 거래량은 1만5000건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경기도에서 주택 거래가 가장 많이 늘어난 곳은 과천, 성남, 하남, 용인 등이다. 서울 강남권과 가까운 지역이라는 게 공통점이다. 지난달 과천 아파트 거래량은 162건으로, 올해 2월(33건)에 비해 5배가량 늘었다. 성남 거래량(1064건)도 같은 기간 3.4배 증가했다. 하남시(2.6배), 용인시(2.2배), 광명시(2.5배) 등도 거래량 증가 폭이 컸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가 주변으로 확산하고 전셋값도 1년째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며 “서울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하면서도 접근성이 좋은 지역에서 아파트 거래가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과천, 분당 등 재건축 지역 상승 이끌어

경기도 내 아파트 거래는 매매가 상승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7월 넷째 주(22일 기준)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서 경기도는 0.08% 상승했다. 서울(0.3%)과 인천(0.14%)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상승률이다. 부동산원의 월간 주택 가격 변동률에서도 경기도 아파트 매매가격지수가 올 들어 5월까지 하락세를 유지하다 지난달 처음으로 0.09% 올랐다.

경기도 내에서도 과천(0.47%), 성남 수정구(0.32%), 성남 분당구(0.24%), 용인 수지구(0.18%), 광명(0.18%)이 가격 상승을 주도한 지역으로 꼽힌다. 과천 중앙동의 ‘과천푸르지오써밋’ 전용면적 84㎡는 지난 5일 직전 최고가보다 8000만원 오른 21억8000만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지난해 7월 동일 주택형이 18억7500만원에 팔린 것과 비교하면 1년 새 3억원 넘게 오른 것이다. 지난해 7월 18억원에 거래된 ‘과천위버필드’ 전용 84㎡ 역시 12일 3억1500만원 오른 21억1500만원에 손바뀜했다.

전문가들은 서울 인근 지역 중에서도 분당 등 1기 신도시 재건축 선도 지구 공모 지역 등을 중심으로 가격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달 성남시 분당구에서 나온 신고가 거래 29건 중 14건이 양지마을과 시범우성·한신·한양 등 재건축 선도지구 추진 단지였다.

전문가들은 금리 인하 시기, 내년 공급 물량 등이 이들 지역의 집값에 영향을 미칠 변수로 봤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내년 경기도 공급 예정 물량이 6만 가구 정도로 평년보다 3만~4만 가구 줄어 전셋값과 매매가격이 동반 상승할 것”이라며 “재건축 이슈가 많은 과천이나 분당 등의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