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아파트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이 지방 광역시 중 유일하게 70%대에 머물고 있다. 광안리해수욕장이 코앞인 수영구 인기 아파트조차 유찰이 잇따르고 있다. 상승세로 돌아선 수도권과 달리 집값 내림세가 2년 이상 이어지면서 매수세가 위축된 영향이다.

28일 경·공매 데이터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부산 아파트 낙찰가율은 78.1%로, 4개월째 80%를 밑돌았다. 이는 최근 회복세를 보이는 다른 지역과 대비된다. 전국 아파트 낙찰가율은 86.7%로 집계됐다. 2022년 7월(90.6%) 후 23개월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서울 낙찰가율 역시 3.8%포인트 상승한 92.9%로 집계돼 2022년 8월(93.7%) 후 1년10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다른 지방 광역시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울산 아파트 낙찰가율은 84.7%로, 전월(82.7%)보다 2%포인트 상승했다. 광주(84.0%) 대구(84.5%) 대전(86.1%) 등도 80%대 중반의 낙찰가율을 유지하고 있다.

수영구, 해운대구 등 인기 지역의 아파트도 유찰되는 사례가 빈번하다. 수영구 광안동 A아파트 전용면적 84㎡는 최저가가 감정가(12억7000만원)의 64%인 8억1200여만원으로 떨어졌다. 광안리해수욕장을 걸어서 갈 수 있는 인기 아파트의 로열층이지만 두 차례나 유찰됐다.

해운대구 우동의 한 주상복합 아파트 전용 111㎡도 한 차례 유찰됐다. 감정가(14억5000만원) 대비 20% 낮은 최저입찰가 11억6000만원으로 이달 말 2차 매각에 나선다. 수영구 망미동 B아파트 전용 84㎡는 지난달 감정가의 81.2%인 3억2700여만원에 팔렸다. 이곳 역시 두 차례 유찰된 끝에 겨우 새 주인을 찾았다.

매수세가 장기간 얼어붙으면서 경매 시장도 움츠러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달 넷째 주(22일 기준) 부산 아파트값은 한 주 전보다 0.05% 내렸다. 2022년 6월 셋째 주(-0.01%) 이후 2년1개월 넘게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미분양의 무덤’이라 불리는 대구는 2023년 11월 셋째 주(-0.01%) 이후 8개월 연속 하강 곡선을 그렸다. 울산은 지난주(0.01%) 상승 전환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부산은 엑스포 유치에 실패한 이후 전반적으로 개발 호재가 힘을 못 쓰면서 수요자가 시장을 관망하고 있다”며 “북항 개발이 다시 순조롭게 이뤄지고 해운대, 수영구 등 핵심 정비사업이 속도를 내면 매수 심리가 살아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