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제2의 수능'으로 불렸는데
인기 뚝 떨어진 공인중개사 시험
공인중개사 시험 2021년 39만9921명 접수
직전 연도 수능 수준
3년 만에 10만명 줄어…거래 줄고 규제 강화 탓
인기 뚝 떨어진 공인중개사 시험
공인중개사 시험 2021년 39만9921명 접수
직전 연도 수능 수준
3년 만에 10만명 줄어…거래 줄고 규제 강화 탓
2일 한국산업인력공단에 따르면 공인중개사 시험 접수인원은 2021년 정점을 찍고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최근 10년간 공인중개사 접수인원을 살펴보면 집값이 정점을 달한 2021년(제32회) 39만9921명이 접수해 역대 최다 기록을 세웠습니다. 이 기록은 2020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원서접수자인 49만3434명에 버금가는 숫자로 '제2의 수능'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습니다.
이후 금리가 가파르게 치솟기 시작한 2022년에도 38만7710명이 접수해 열기가 이어지는 듯했습니다만 지난해에는 10만명 가까이 줄어든 28만7756명만 지원했습니다.
시험을 본 응시자 규모도 이와 비슷합니다. 공인중개사 자격시험 시행 현황에 따르면 공인중개사 시험에 응시한 인원은 2021년(제32회) 27만8847명으로 역대 최다 수준을 기록한 후 2022년(제33회)엔 26만4394명, 2023년(제34회)엔 20만59명까지 하락했습니다. 만약 이번 연도 응시자가 20만명 아래로 하락한다면 2016년 제27회(18만3867명) 이후 8년 만에 '20만명의 벽'이 깨지는 것입니다.
이런 분위기는 공인중개업소 현황에도 나타납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가 집계한 월별 개업공인중개사 개업·폐업·휴업 현황을 살펴보면 2021년 1~12월까지는 신규로 문을 여는 공인중개업소는 1만6806곳으로 폐·휴업 1만2569곳보다 더 많았습니다.
작년엔 1월을 제외한 모든 달 폐·휴업하는 공인중개업소가 더 많았습니다. 작년 한해 새롭게 생긴 공인중개업소는 1만2224곳이었지만 폐·휴업한 공인중개업소는 1만5824곳이었습니다.
올해 역시 이런 흐름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올해 상반기까지 새로 생긴 공인중개업소는 5586곳이었지만, 폐·휴업한 공인중개업소는 7508곳으로 여전히 공인중개사를 관두는 사람이 많은 상황입니다.
집값이 얼마나 오르고 내리느냐도 공인중개사들에겐 중요하겠지만 더 중요한 것은 거래가 얼마나 많이 발생하느냐입니다. 계약을 도와주고 받는 수수료로 생계를 유지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2022년 금리가 급등하자 돈줄이 말라붙었고 이는 거래 급감으로 이어졌습니다. 이에 공인중개사에 대한 관심이 줄어든 것입니다.
어떤 공인중개업소에서는 '숍인숍' 형태로 공인중개사 업무를 보면서 붕어빵을 판다든지, 카페를 운영하는 등의 방식으로 생계를 유지하기도 했지만 이마저도 어려운 공인중개사들은 아예 공인중개업소를 쉬거나 문을 닫은 것입니다.
벌이는 점점 어려워지는데 공인중개사들의 책임은 더 강화되고 있습니다. 이달 10일부터 임대차 계약 때 공인중개사가 세입자에게 알려줘야 할 내용이 많아졌습니다. 집주인이 세금을 얼마나 밀렸는지, 선순위 세입자의 보증금은 얼마인지 등을 알려야 합니다.
계약서에 첨부하는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에 관련 내용을 넣고 공인중개사 본인과 집주인, 세입자의 서명을 받아야 합니다. 이를 지키지 않으면 자격 정지나 과태료 부과 등 처벌을 받습니다. 2022년 전세 사기가 터진 이후 이를 막을 목적으로 개정된 공인중개사법 시행령과 시행규칙이 시행되면서 취해지는 조치입니다.
정부는 또 '중개업 교육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해 내년부터 시행할 예정입니다. 공인중개사, 중개보조원 등 중개업 종사자에 대한 현장 실무 교육을 강화한다는 게 핵심입니다. 지금은 이론 위주의 단기 실무교육(28~32시간)만 이수하면 개업이 가능했지만, 내년부터는 실무교육 시간이 64시간으로 늘어납니다.
한국공인중개사 협회 관계자는 "운전을 비유해 설명하면 일부 '무면허' 운전자들이 운전하다 도로에서 큰 사고가 난 상황인데 무면허 운전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게 아니라 멀쩡하게 면허증도 있고 운전도 안전하게 하는 운전자에 대한 규제를 가하는 것과 마찬가지인 상황"이라면서 "공인중개사들이 점점 더 어려운 환경에 놓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