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 '국평 10억 시대'…아직 '저평가' 된 서대문구 재발견
“서울 서대문구는 도심 접근성이 좋은데 저평가된 면이 있죠. 특히 천연동과 냉천동 일대 아파트는 광화문이나 을지로 등과도 바로 연결돼 가격대를 고려했을 때 실거주하기 좋은 편입니다.” (서울 서대문구 냉천동 A공인 관계자)

최근 집값 상승세가 서울 전역으로 확산하며 국민평형(전용면적 84㎡) 기준 10억원대를 넘는 아파트가 속속 나오고 있다. 비교적 외곽 지역에 있어 10억원 미만이던 단지도 상승 거래가 이뤄지며 호가가 뛰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서대문구 천연·냉천동 아파트에 10억원대에 가격이 형성된 전용 74~84㎡ 단지가 모여 있어 눈길을 끈다.

실거주하기 최적화

‘천연뜨란채’(1008가구), ‘동부센트레빌’(237가구), ‘돈의문센트레빌’(561가구)은 안산을 등지고 나란히 줄지어 있다. 금화초와 서울 지하철 5호선 서대문역을 사이에 두고 맞은편에는 종로구 ‘경희궁자이’가 있다. 세 단지 모두 구축 아파트인 만큼 경희궁자이와는 최소 10억원가량 차이가 난다. 가장 최근에 지어진 돈의문 센트레빌도 준공 15년 차가 됐다.
천연뜨란채 전경
천연뜨란채 전경 동부센트레빌은 전용 84㎡가 지난달 10억1000만원에 손바뀜했다. 같은 면적의 최근 거래는 2년 전으로 당시 매매가는 9억5000만원이었다. 전용 59㎡는 7억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천연뜨란채도 전용 75㎡는 8억원대에 매물이 나와 있다. 지난달 전용 84㎡가 11억6000만원에 매매돼 최고가를 썼는데, 2020년(8억4500만원) 이후 첫 거래다.

서울 지하철 5호선 서대문역과 가장 가까운 돈의문센트레빌은 가격대가 두 단지에 비해 높은 편이다. 국민평형의 가장 최근 거래가는 14억3000만원이다. 같은 평형의 전세는 7억~8억원에 나가고 있다. 천연·냉천동 공인중개사들은 “일대 단지가 그동안 저평가돼 왔다”며 “준신축인 경희궁자이 정도는 아니지만, 최근 상승장에 거래가 조금씩 이뤄지며 가격도 오르는 분위기”라고 입을 모았다.
돈의문센트레빌 전경
돈의문센트레빌 전경 사대문 안에 자리해 입지는 다른 신축 단지에 뒤처지지 않는다는 평가다. 도심 접근성이 큰 장점으로 꼽힌다. 서대문역을 통해 광화문, 여의도, 시청 등 업무 중심지를 오가기 쉽다.

안산, 인왕산 등이 가까워 둘레길에서 산책을 즐길 수도 있다. 산자락이어서 아파트마다 동별로 경사 차이가 있는 점은 염두에 둬야 한다. 돈의문 센트레빌 등은 커뮤니티 센터를 통해 엘리베이터를 이용할 수 있어 입주민 불편은 크지 않다는 평가다.

역세권 단지라 할 수 있는 동부센트레빌과 돈의문센트레빌은 학군이 아쉬운 편이다. 배정 학교인 미동초로 가려면 찻길을 건너야 해서다. 단지부터 초등학교까지 이어지는 거리에 주점이 많이 들어서 있어 안전 문제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천연뜨란채는 금화초에 배정받는다.

주변 재정비 사업도 진행 중

경희궁 유보로 건설 현장
경희궁 유보로 건설 현장 인근 영천동에는 반도건설이 공급하는 ‘경희궁유보라’ 공사가 이뤄지고 있다. 올초 청약을 받았는데, 전용 84㎡ 공급가가 13억4000만원(최고가 기준)에 책정됐다. 2026년 입주 예정으로 최근 분양 계약이 100% 완료됐다. 지하 5층~지상 23층 2개 동 규모다. 아파트 199가구, 오피스텔 116실로 이뤄진다.

영천시장 뒷편으로는 천연동 모아타운 1·2·3구역이 있다. 천연뜨란채와 구역 일부가 맞닿아 있다. 한국토지신탁이 세 구역을 통합 개발할 예정이다. 대지 2만4466㎡에 약 900가구 단지로 탈바꿈하게 된다. 다만 모아타운 사업을 두고 일부 주민의 반대가 있어 사업에 속도를 내기 쉽지 않다는 평가도 나온다.

서대문구 최대 재개발 사업지 중 하나인 북아현3구역도 가깝다. 지하 6층~지상 32층, 아파트 47개 동, 4739가구 규모 단지로 조성할 계획이다.

두 사업 모두 천연뜨란채, 돈의문센트레빌 가까이서 추진되고 있어 정비사업이 마무리되면 주거 여건도 더 개선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한명현 기자 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