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매가와 전셋값 차이가 4000만원밖에 안되는 데 전세 계약해도 괜찮을까요."
서울 동대문구에 사는 대학원생 박모 씨(28)는 마음에 드는 오피스텔 전세를 찾았지만, 계약해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 매매가가 1억7000만원인데 전셋값이 1억4000만원이라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이 80%에 달했기 때문이다. 박 씨는 "월세는 부담스럽지만, 전세 사기 피해자가 될까 봐 선뜻 계약하지 못하겠다"고 토로했다.
사회 초년생인 20·30세대를 노린 전세사기가 서울, 인천 등 수도권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기승을 부리고 있다. 부동산 시세, 계약 과정 등에 익숙하지 않은 젊은 층이 전세사기 먹잇감이 되는 것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임대차 계약 과정에서 몇 가지만 확인해도 전세사기를 피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20·30세대를 위한 전세사기 예방법에 대해 알아봤다.
선순위 저당권 말소 '밑줄'
전세 계약을 맺기 전 주변 시세를 확인하는 건 기본 중 기본이다. 매매가격과 전셋값은 모두 확인해야 한다. 전세가율이 80% 이상이면 아무리 서울 지역이라고 하더라도 높은 편이라고 본다. 강은현 법무법인 명도 경매연구소장은 "서울 지역 오피스텔·빌라의 경매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율)이 통상 80% 정도인 만큼 전세가율이 80% 미만이면 돈을 떼일 수도 있다"며 "전세가율이 70% 미만인 집이 안전하다"고 조언했다.가장 중요한 건 선순위 저당권을 확인하는 것이다. 선순위 저당권이 있는 물건은 혹시 경매에 넘어가면 세입자가 보증금을 돌려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선순위 저당권이 있다면 이를 말소하는 것을 조건으로 계약해야 한다. 계약은 주말에 하더라도, 잔금 납부일은 평일에 하는 게 좋다. 그래야 잔금 날 은행에 가서 선순위 저당권을 말소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저당권을 말소하는 과정은 일반적으로 중개업소가 조율해 준다. 통상 중개업소가 소개한 법무사가 잔금을 받아서 임대인의 채무 은행에 가 돈(선순위 저당권)을 갚는다. 이후 변제증서를 들고 등기소에서 근저당을 말소한다. 이 과정을 모두 마친 후 법무사가 임대인에게 잔금을 지급해야 한다. 그래도 불안하면 세입자가 직접 법무사를 선임하거나 임대인의 채무은행 측 법무사를 선임하는 방법이 있다.
'HUG 전세 보증 가입 조건' 넣어야
집주인의 세금 체납 여부도 계약서를 쓰기 전 꼭 확인해야 한다. 세금이 체납돼 있으면 선순위 근저당이 없더라도 공매가 진행될 수 있다. 임대차 계약할 때 중개인은 의무적으로 임대인의 세무 체납 여부에 대해 브리핑할 의무가 있다. 중개인이 이 사실을 모른다면 미리 확인해달라고 요청하면 된다. 전국 세무서에서 임대인의 미납 국세 현황을 직접 확인할 수도 있다. 보증금 1000만원 이상의 전·월세 계약 시 임대인의 동의가 없어도 전국 세무서에서 미납국세를 확인할 수 있도록 법이 개정됐기 때문이다.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금 반환보증만 가입되면 임차인은 걱정할 게 없다. 집주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면 HUG가 우선 변제해주기 때문이다. 다만 전세금 반환보증 가입 조건으로 계약했는데 추후 HUG 심사에서 부적격 판단이 나올 때가 종종 있다. 이에 대비해 'HUG 가입조건, 그리고 부적격판정 시 계약을 해지하겠다'는 내용을 계약서에 넣는 게 좋다.
전세사기 문제가 사회적 문제가 되면서 피해자를 위한 여러 대책도 있다. 전세사기 피해자가 최장 20년간(무상 10년+유상 10년) 공공임대주택에서 거주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도 최근 국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했다. 정부가 피해 주택을 경매로 사들이고 경매 차익을 활용해 임대료를 지원하는 방식이다. 거주 후 남은 경매차익은 피해자한테 지급한다. 신탁사기 주택과 불법건축물, 선순위 피해주택 등 그동안 사각지대에 있던 피해자도 구제 대상에 포함한다. 대항력이 없는 이중계약 사기 피해자도 특별법 적용 대상이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