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권 아파트 전경. 사진=연합뉴스
서울 강남권 아파트 전경. 사진=연합뉴스 올 4분기에도 서울 집값 상승 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양극화 양상이 계속될 전망이다. 서울 강남 3구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등 서울 핵심지의 경우 집값 상승 폭은 줄겠지만 완만하게 오를 것이란 전문가 의견이 많다. 공급 부족, 높은 가치의 입지 등 희소성이 가격에 영향을 줘서다. 반면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등 서울 외곽지역은 당분간 집값이 지지부진할 전망이다. 대출이 쪼그라드는 점이 가장 큰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21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9월 셋째 주(16일)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이번주 서울 집값은 전주 대비 0.16% 상승했다. 지난 3월 마지막 주(25일) 오르기 시작한 서울 집값은 26주 연속 상승 중이다.

다만 상승세는 둔화했다. 서울 집값은 8월 둘째 주 0.32% 오르며 5년 1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 폭을 기록했지만, 이후 상승 폭이 점차 줄어 약 한 달 만에 반토막 났다.

서울 집값 상승세는 핵심 지역인 강남 3구를 시작으로 마·용·성 등으로 확산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초구 반포동에 있는 '래미안 원베일리' 전용면적 84㎡는 지난달 2일 60억원에 손바뀜했다. 이 면적대는 불과 지난 2월만 해도 40억원에 팔렸는데 약 7개월 만에 20억원이 올랐다.

강남구 대치동에 있는 '래미안대치팰리스' 전용 84㎡도 지난달 36억원에 매매 계약을 체결해 지난 4월(33억원)보다 3억원이 더 뛰었고, 송파구 잠실동 ‘잠실엘스’ 전용 84㎡도 지난달 27억원에 신고가를 기록했는데 이 면적대 역시 지난 2월엔 23억3500만원으로 당시보다 3억원 이상 상승했다.

강남 3구의 집값 상승세는 마·용·성으로도 번졌다. 마포구 염리동 '마포프레스티지자이' 전용 84㎡는 지난달 27일 22억9000만원에 계약을 맺었다. 올해 저점은 지난 3월 기록한 18억7000만원이다.

용산구 보광동 '신동아1' 전용 84㎡는 지난 7월 24억7000만원에 새 주인을 찾아 지난 1월 거래된 23억4000만원보다 가격을 높였고, 성동구 성수동1가 '강변동양' 전용 84㎡도 지난달 27억6000만원에 거래돼 지난해 9월 25억원보다 집값이 상승했다.

하반기에도 서울 핵심 지역을 중심으로 한 집값 상승세는 계속될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고준석 연세대 경영전문대학원 상남경영원 교수는 "하반기뿐만 아니라 향후에도 강남 3구와 마·용·성 등 교육환경, 편의시설, 교통 등이 우수한 핵심 지역의 집값은 오를 것"이라면서 "집값 상승과 함께 쏠림 현상도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심형석 우대빵부동산연구소장(미국 IAU 교수)은 "강남 3구와 마·용·성은 그간 상승에 따른 피로감으로 다소 상승 폭이 줄어들 순 있겠지만 조정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연말께 기준금리 하락 등으로 시장 분위기가 살아나면 집값이 다시 뜀박질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울 노원구 일대 아파트 전경. 사진=한경DB
서울 노원구 일대 아파트 전경. 사진=한경DB 다만 강남 3구와 마·용·성 집값 양상이 갈릴 것으로 보는 의견도 나왔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 수석위원은 "상반기 주택시장을 견인하면서 초양극화 장세를 만든 6개 지역구의 상승세는 강남 3구와 마·용·성으로 나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강남 3구는 거래량은 줄어들겠지만, 호가 수준의 거래가 이어지면서 상승세는 꾸준할 것"이라며 "반면 마·용·성은 단기간 급등에 따른 피로감으로 인해 거래량이 줄어들면서 과열됐던 시장 분위기가 진정될 것"이라고 짚었다.

서울 핵심지 집값 강세는 이어지겠지만 노·도·강·금·관·구와 같이 외곽지역 집값은 지지부진한 상황이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가장 큰 문제는 대출 규제다. 이달 1일부터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규제가 강화돼 시행됐고, 시중은행별로 가계부채에 대응하기 위해 주택담보대출을 조이는 추세여서다. 서울 외곽지역은 대출 의존도가 높아 대출 가능 금액이 줄어들면 집값에 큰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전문위원은 "스트레스 DSR이 미래 금리 변동 위험을 반영해 대출금리에 스트레스 금리를 더하는 제도인 만큼 한도가 턱밑까지 찬 차주들은 대출 여력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부동산 시장에 공급되는 유동성이 줄어드는 것이다. 이 영향은 대출이 영향이 큰 서울 외곽지역에 타격을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외곽지역 역시 일부 회복할 수 있을 것이란 의견도 나왔다. 함영진 우리은행 자산건설팅센터 부장대우는 "강남권과 한강변 등이 고점 수준으로 오르면서 덜 오른 외곽 지역으로의 수요가 이동하면 격차 메우기 현상이 발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서울 전지역 매수심리는 양호하다. 지난 7월 둘째 주(8일) 모든 권역이 기준선인 100을 넘어선 이후 9주 연속 100을 웃도는 상황이다. 이 지수가 기준선을 웃돌고 있다는 것은 집을 팔겠다는 집주인보다 집을 사겠다는 실수요자가 더 많다는 뜻이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