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도 꿈틀거리고 있다. 선도지구 공모를 시작으로 재정비가 본격화한 데다 지방자치단체가 기준용적률을 2배 가까이 높이고 공공기여율은 줄였기 때문이다. 특히 선도지구로 최대 1만2000가구 지정이 예정된 분당에선 통합재건축을 추진 중인 주요 단지의 가격이 오름세를 이어가는 등 재건축 기대가 커지고 있다.
선도지구 레이스 본격화
21일 국토교통부와 각 지자체에 따르면 1기 신도시 소재 지자체들은 23일부터 27일까지 닷새간 노후계획도시 재정비를 위한 선도지구 신청을 받는다. 국토부는 앞서 1기 신도시 재정비 선도지구 규모를 2만6000가구로 설정했다. 분당 8000가구를 비롯해 일산 6000가구, 중동·산본·평촌 각 4000가구 수준이다. 여기에 지자체 재량으로 1~2개 구역을 추가 선도지구로 지정할 수 있다. 분당의 경우 최대 선도지구 지정 규모가 1만2000가구까지 늘어날 수 있게 되는 셈이다.선도지구 레이스가 막을 올리면서 각 단지들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선도지구 선정엔 주민동의율(60점)의 배점이 가장 높다. 가구당 주차대수 등 주거환경(10점)과 도시기능 활성화 필요성(10점), 참여 단지와 가구 수(각 10점) 등을 평가한다. 추가 공공기여 계획 등의 가점 요소도 있다.
일찌감치 통합재건축에 나선 선도지구 경쟁 단지는 가장 배점이 높은 주민동의율 확보에서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얻었다. 경쟁이 치열한 분당에선 아름마을(건영·태영·한성·두산삼호)이 91%의 동의율을 확보했다. 효자촌(현대·동아·임광·삼환) 역시 90%를 채웠고, 시범(우성·현대)과 샛별마을(동성·라이프·삼부·우방)도 90%를 넘어섰다.
다른 1기 신도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일산에선 후곡마을 3·4·10·15단지와 강촌·백마마을, 백송마을 1·2·3·5단지 등이 90% 안팎의 주민동의율을 달성하며 선도지구 경쟁에 불을 붙였다. 중동에서도 금강마을과 은하마을이 90% 주민동의율 확보에 나섰다. 평촌과 산본에서도 지난 추석 연휴까지 막판 주민동의율 확보 경쟁이 치열하다.
일부 단지는 주민동의율 경쟁에 이어 추가 공공기여 계획까지 만들며 유리한 자리 선점에 나서고 있다. 분당의 한 통합재건축 추진위원장은 “주민이 선호하는 공공기여를 먼저 제안하고 선도지구 가점까지 받을 수 있다는 얘기에 용역을 준 추진위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재건축 기대감에 집값도 ‘들썩’
선도지구 경쟁에 앞선 단지는 최근 몸값도 덩달아 들썩이고 있다. 재건축 기대가 커지면서 더 늦기 전에 투자하려는 매수세가 몰리고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성남시 은 지난달 전용면적 84㎡가 15억75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 4월까지만 하더라도 같은 크기가 12억9500만원에 손바뀜한 것과 비교하면 3억원 가까이 오른 셈이다. 2022년 부동산 급등기 당시 신고가(16억5000만원)를 넘어선 매물도 있다.일산에서도 백송마을 전용 59㎡의 실거래 가격이 7월 3억7300만원을 기록했다. 1년 전 같은 크기(3억1000만원대)에 비해 6000만원 가까이 상승한 수치다. 호가가 2022년 신고가(4억5000만원)에 근접한 4억4000만원 매물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전문가들은 1기 신도시 가격 상승에 대해 ‘재건축이 본격화하고 있는 데 따른 기대’를 이유로 꼽았다. 재정비 기본계획에 따르면 대부분 신도시의 재건축 기준용적률이 현재 평균 용적률의 2배에 달한다. 용적률이 늘어난 만큼 일반분양 물량은 증가하고 주민의 재건축 부담은 줄어든다. 분당의 경우 평균 169%인 기준용적률을 315%로 설정했고, 산본과 평촌도 330%로 산정했다. 중동은 기준용적률이 가장 높은 350%로 상향됐다. 공공기여율은 기준용적률까지 10~15% 수준으로 설정해 부담을 낮췄다.
전문가들은 기존에도 주거 선호도가 높았던 분당 등에서 가격이 더 오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선도지구 경쟁 단지는 대부분 규모가 크고 정부 지원으로 재건축 속도도 빨라질 가능성이 커 사업성 측면에서 투자 매력도가 높다는 설명이다. 정부도 1기 신도시 재건축에 공공기여금 유동화와 미래도시펀드, 정비사업 리츠(부동산투자회사)를 동원한 금융 지원 방안을 발표하며 주민의 재건축 부담을 낮추겠다고 강조했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선도지구는 정부가 예고한 인허가·금융 지원을 충분히 받을 가능성이 커 사업성도 상대적으로 높을 것”이라며 “재건축이 진행됨에 따라 선도지구뿐만 아니라 주변 단지도 가격 상승 대열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유오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