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 인구가 급증하며 정부와 지자체에 고령 주택 보급이 새로운 숙제로 떠오르고 있다. 민간에서 시니어 주택을 공급하고 있지만, 대부분 고급화에 따라 임대료가 비싼 데다가 공급 물량 역시 수요에 한참 못 미치기 때문이다. 지자체마다 자체적으로 시세보다 저렴한 시니어 주택 개발에 나서고, LH(한국토지주택공사)도 수도권에 대규모 시니어타운을 조성하는 등 공공 주도 시니어 주택 공급도 속도를 내고 있다.
시니어 주택 주거비 부담 급증
26일 통계청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2015년 137만9066명에 불과한 독거노인 수는 2025년 224만7735명, 2035년엔 342만9621명까지 증가한다. 특히 가족 부양 개념 약화로 독거 인구 중 노인 비율은 2015년 27.3%에서 2025년 34.3%, 2035년 45.0%까지 증가할 전망이다.업계에선 시니어 주택의 특성상 국가 지원 없이 가격을 낮출 순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시니어 주택은 각종 편의시설과 의료시설이 가까운 입지에 조성돼야 하고, 의료 서비스 등도 함께 제공해야 해 그만큼 비용이 커진다는 것이다. 한 개발업계 관계자는 “시니어 주택은 상주 인력도 많아야 하고, 커뮤니티 운영도 일반 아파트와는 전혀 다르다”며 “300만원 수준의 이용료에도 큰 수익이 나지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어르신 안심주택 공급
공급하는 민간 업계와 수요층인 노인 가구 모두 가격에 불만인 상황에서 최근엔 정부와 지자체가 주도하는 시니어 주택 사업이 활발하다.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에 운영이 가능하기 때문에 중산층 이하 노인 가구도 큰 부담 없이 이용이 가능한 게 특징이다.서울시는 고령자의 주거 안정을 지원하기 위한 새로운 대책으로 '어르신 안심주택'을 도입했다. 고령자에게 주변 시세의 30~85% 수준으로 저렴한 주택을 제공하며, 사업자에게는 용적률 상향과 80% 임대 및 20% 분양할 수 있는 혜택을 제공할 예정이다.
어르신 안심주택은 일반적으로 도시 외곽에 들어서는 실버타운이나 요양시설과 달리, 유동 인구가 많고 병원 등 생활 편의시설이 잘 갖춰진 역세권에 조성된다. 의료 지원을 쉽게 받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독거 노인인구가 사회적 고립이나 우울감을 덜 겪을 수 있도록 설계됐다. 2027년에는 첫 입주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
민간 공급 업체에 각종 혜택이 주어진다. 어르신 안심주택은 80%를 임대(공공·민간)하고 나머지 20%(주거 연면적의 30% 이내)는 분양주택으로 공급한다. 청년안심주택과 달리 어르신 안심주택의 사업성 확보가 더 쉬워지는 것이다. 또 용도지역 상향, 용적률 및 건폐율 완화, 세금 감면 혜택도 제공된다. 인허가 과정도 대폭 간소화해 공급 속도도 높일 예정이다.
LH·GH도 시니어 사업 확대
LH는 일반인에게 주식 형태로 민간 투자 자금을 모으는 ‘헬스케어리츠(부동산투자회사)’를 활용해 시니어타운을 조성 중이다. 중산층 고령 가구를 대상으로 편의성은 높이면서 가격 부담은 낮출 계획이다. 지난 4월엔 경기 화성 동탄2지구에 헬스케어리츠 사업을 시작했다. 시니어주택 2550가구와 의료시설, 복지시설 등이 들어설 전망이다.지역사회와 함께 운영하는 노인복지주택인 ‘케어안심주택’도 이용할 수 있다. LH가 기존 주택을 매입해 리모델링해 공급하고 민간 사회적기업이 운영하는 식이다. 주거와 돌봄 서비스를 융합해 노인 인구의 수요를 맞추면서도 가격은 민간이 운영하는 복지주택보다 저렴한 게 특징이다.
경기도와 GH(경기주택도시공사)도 남양주 다산진건 공공주택지구 내 일반상업용지에 중산층용 시니어주택을 공급한다. 분양 경기 악화로 상업시설 부지 매각이 여러 차례 유찰되자 아예 공공 차원에서 시니어 주택 개발을 선택한 경우다. 2인 가구 기준 전용면적 50㎡ 내외 시니어주택 150가구와 병원이 포함된 상가 등으로 이뤄진 복합건물로 개발될 전망이다. 식사를 포함한 월 생활비는 2인 기준 200만원대로 민간의 절반 수준에 공급될 예정이다.
내년 65세 인구가 전 국민의 20%를 웃도는 ‘초고령 사회’에 진입합니다. 은퇴한 시니어 세대에게 건강과 주거가 핵심 이슈입니다. ‘집 100세 시대’는 노후를 안락하고 안전하게 보낼 수 있는 주택 솔루션을 탐구합니다. 매주 목요일 집코노미 플랫폼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유오상 기자 osy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