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지하철 노선도에서 연두색으로 표시된 서해선은 경기 서부 주민한테 꽤 익숙한 전철 노선이다. 경기 고양 일산역에서 출발해 안산 원시역까지 남북으로 길게 뻗어 있다. 서해선은 수도권 내에서만 운행하고 있지만, 향후 충청남도까지 이어지는 ‘광역 간선축’으로 거듭나게 된다. 서울부터 충청권까지 시속 260㎞의 KTX가 달리는 고속철도망이 새로 갖춰지는 셈이다.

그 첫걸음을 다음달 내디딘다. 충남 홍성역부터 경기 서화성역까지 약 90㎞를 잇는 서해선 복선전철 사업이 마무리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딘가 이상하다. 기존의 서해선이 안산까지만 이어져 있다고 했는데, 새로 생기는 노선은 화성까지 연결된다고 한다. 안산부터 화성까지 간극은 어떻게 메우는 것일까.

‘제2의 중부내륙선’ 될라…

서해선 노선도. 국가철도공단 제공
서해선 노선도. 국가철도공단 제공 핵심 키는 현재 공사 중인 신안산선이 쥐고 있다. 서화성~원시 구간은 신안산선이랑 함께 사용하기로 계획됐다. 신안산선 준공이 늦어지면 서해선은 ‘허리가 끊어진’ 노선이 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 우려는 현실이 됐다. 최근 신안산선 개통 시점이 20개월 밀려 2026년 12월은 돼야 탑승객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신안산선 지연에 따른 비용은 생각보다 크다.

다음달 2일 문을 여는 서해선은 당분간 홍성역(홍성 홍성읍)과 합덕역(당진 합덕읍), 인주역(아산 인주면), 안중역(평택 안중읍), 향남역(화성 향남읍), 화성시청역(화성 남양읍), 서화성역(화성 남양읍) 등 7개 역만 오가기 때문이다. 고속열차를 타고 서화성역까지 이동하려는 충남 주민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최소한 서울 인접 지역까진 도달해야 수요가 생길 수 있다.

이 노선을 건설하는 데 든 비용은 4조원이 넘는다. 당분간 쓰임새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제2의 중부내륙선’이란 평가도 적지 않다. 2021년 12월에 중부내륙선 충북 충주~경기 이천(부발역) 구간이 우선 개통했다. 이천 부발역이 서울과 너무 멀리 떨어진 수도권 외곽에 있어 ‘텅 빈’ 열차가 대부분이었다. 작년 12월 성남 판교역까지 연장되면서 사정이 나아지긴 했다.

그나마 중부내륙선의 경우 부발역에 내려 경강선으로 갈아탈 수 있었다. 하지만 서해선의 종점인 서화성역 인근은 그야말로 허허벌판이다. 별도의 환승 교통망도 마련돼 있지 않다. 국토교통부는 신안산선 중에서 서화성~원시 구간을 우선 선보이겠다는 입장이다. 신안산선이 마무리되기 전에 서해선이 먼저 달릴 수 있도록 해, ‘반쪽짜리’ 노선으로 남아 있는 시간을 최대한 줄인다는 구상이다.

‘서울 1시간대 생활권’ 편입

KTX-이음 열차 모습
KTX-이음 열차 모습 지금 당장은 “이걸 누가 탈까” 걱정이 앞선다. 하지만 신안산선 준공 이후 나타날 ‘완전 개통한 서해선’의 가치는 매우 높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충남 홍성역을 출발한 서해선 고속열차가 김포공항역이나 대곡역 등 서해선 전철노선에 있는 주요 환승역까지 달릴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충남 서부지역도 명실상부한 ‘서울 1시간 생활권’으로 묶이는 셈이다.

서해선을 타고 안산까지 갔다가, 신안산선으로 갈아탈 수도 있다. 이 루트를 이용하면 홍성에서 여의도까지 90분 만에 주파할 수 있게 된다. 신안산선은 서울 여의도역까지 이어지는 핵심 노선이기 때문이다. 기존 철도망을 이용하면 홍성역부터 용산역까지 2시간 넘게 걸린다. 서울 핵심 구역까지 이동시간이 30분 넘게 단축되는 셈이다.

다만 아쉬운 대목은 있다. 원래 서해선은 신안산선과 직결하는 방향으로 추진됐다. 안산 초지역에서 내려 신안산선으로 다시 갈아탈 필요 없이, 홍성에서 출발한 열차가 바로 여의도까지 가는 그림이 그려졌다는 뜻이다. 하지만 신안산선이 민자 방식으로 바뀌면서 신안산선은 신안산선 전용 전동차만 다닐 수 있게 됐다. 만약 서해선-신안산선 직결이 가능했다면, 여의도까지 소요 시간은 60분에 그칠 전망이다.

서해선 KTX 직결 사업 기대

내포신도시 전경. 충청남도 제공
내포신도시 전경. 충청남도 제공 지역에선 서해선-경부선 직결 사업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 현재 예비타당성 조사가 진행 중이다. 서해선-신안산선 직결이 무산된 데 따른 대안 성격의 사업이다. 경기 화성 인근에서 서해선과 KTX 경부선 연결 선로를 하나 만드는 게 핵심이다. 이 연결 선로를 따라 경부선으로 합류할 수 있게 되면 충남 홍성에서 KTX를 타고 용산역까지 48분 만에 이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계획대로도 서해선을 타고 김포공항역 등까지 바로 갈 수 있지만, 아무래도 서울에서 외곽에 속한다는 단점이 있다.

서해선 개통은 인근 부동산 시장에도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충남 홍성과 내포신도시 등이 먼저 수혜 지역으로 거론된다. 내포신도시와 인접한 내포역은 2026년에 문을 열 예정이다. 송산그린시티와 향남지구 등 경기 화성 외곽지역도 교통망 확충 효과를 톡톡히 볼 전망이다. 현재 동쪽 끝에 있는 동탄신도시에 인구와 인프라 등이 집중돼 있는데, 지역 균형발전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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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