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 콘텐츠 - 집 100세 시대]
만 65세 이상 고령자에게 '노후를 보내고 싶은 방법'을 물었다. 취미활동 44%, 여행·관광은 22.4%다. 예상대로다. 소득창출활동, 즉 '돈벌이'는 12.7%에 그쳤다.
현실은 달랐다. '노후생활 방법'을 물으니 순위가 확 바뀐다. 취미활동은 여전히 많지만, '돈벌이' 비중이 32.2%로 치솟아 2위를 차지했다. 여행은 29.7%에서 5.2%로 곤두박질 쳤다. 지난해 통계청의 사회조사 결과다.
시니어 레지던스에서 제공하는 각종 서비스에 다들 관심은 많다. 하지만 들어가서 살 수 있을 만큼 일정한 재산소득이 발생하는 노인은 많지 않다. 만 60세 이상의 '생활비 마련 방법'을 보면 국가나 자녀가 준 생활비를 제외하면 근로·사업소득이 76%를 차지했다. 연금이나 퇴직급여는 29%, 재산소득은 8.1%에 불과했다. 은퇴 이후에도 일을 해야 생계를 이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시니어 레지던스에서 월세를 부담하며 살기 위해선 재산소득이 필수다. 한국의 노인이 이를 감당하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만 60세 이상 고령자 중 70%는 향후 살고 싶은 곳으로 '자기 집'을 선호한 이유다. 양로·요양시설은 8% 수준이다. 시니어하우징뿐 아니라 재가요양서비스의 활성화도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보고서는 한국의 경우 특히 전세제도의 존재 때문에 시니어하우징에 대한 수요가 약하다고 분석했다. 임대인이라면 집을 팔지 않아도 전세임대를 놓아 현금을 확보할 수 있다. 임차인으로 지내면서 현금 지출 없이 살 수도 있다.
그럼에도 고령에 접어들수록 단지 구성이나 유닛(평면), 개별 동의 설계나 어메니티 등이 중요해진다. 돌봄 서비스나 케어·의료 서비스 제공, 접근성 등도 고령자가 높은 주거수준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를 최소한 충족할 수 있는 서비스가 필요하다는 게 보고서 지적이다.
국내에선 이런 서비스가 '걸음마' 단계다. 케어닥은 돌봄 업계 최초로 시니어 보호자와 종사자를 연결하는 플랫폼을 내놨다. 인력 매칭으로 시작해 방문요양서비스를 직접 제공하고, 시니어 관련 제품이나 식사 등을 유통하고 있다.
강효진 케어닥 시니어하우징 디자인 연구소장은 "시설에 입소하기 전에 '에이징 인 플레이스'를 하면서 인력이나 제품 등으로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며 "입소를 최대한 늦추다가 자녀가 돌보지 않더라도 즐겁게 살아갈 수 있는 모델이 많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당장 시니어주택을 늘리기 쉽지 않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자기 집에서 살길 바라는 고령자가 시니어하우징을 이용토록 하려면 자기 집에서 가까운 곳으로 이사간다는 느낌을 줘야한다. 도심 곳곳에 소규모로 여러곳 들어서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서울시 어르신안심주택과 국토교통부의 실버스테이가 추진되고 있다. 어르신안심주택은 역세권이나 병원 근처에 무주택자인 노인이 주변 시세의 30~85% 가격으로 살 수 있도록 하는 시니어 주택이다. 민간사업자에겐 용적률 상향 혜택을 주고 80%는 임대, 20%는 분양을 허용해 사업성을 높여줬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제도가 도입된 지 반년가량 됐지만 민간사업자를 모으기 쉽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원인은 토지 매입에 따른 금융비용이다. 토지를 새로 매입해 어르신안심주택을 공급하면 고금리로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일으켜야 한다. 이 때 서울시가 건설자금대출을 최대 240억원까지 저리로 내준다. PF금리가 연 5% 수준인데 서울시가 최대 2%포인트까지 지원하고 있다.
사업자는 연 3%의 금리 부담만으로 PF를 일으켜 어르신안심주택 공급을 위한 토지를 매입할 수 있다는 얘기다. 연간 4억8000만원까지 이자를 아낄 수 있다.
정부가 도입하는 '실버스테이'는 만 60세 이상이 응급이나 식사 등 서비스를 받으며 20년 이상 살 수 있는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이다. 임대료는 기존 시니어 레지던스 시세의 95%, 식사나 생활지원서비스 등에 대한 이용료는 별도로 운영될 전망이다. 연내 1~2곳 정도를 선보인다는 게 정부 목표다.
최근에서야 도심에 고가의 실버타운이 들어서고 있다. 처음부터 지나친 '고비용'으로 접근하기보다 '당장 할 수 있는 서비스'부터 시작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노후 주택을 매입하거나 리모델링한 유료노인홈을 도입하며 시장을 이끌고 있는 곳이 베넷세 스타일 케어나 미쓰이 레지덴셜이다.
일본 전국에 800만가구에 달하는 빈집이 있는 만큼 업계 1위인 베네쎄 스타일 케어는 운영 중인 요양시설이 300~400곳에 달한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
만 65세 이상 고령자에게 '노후를 보내고 싶은 방법'을 물었다. 취미활동 44%, 여행·관광은 22.4%다. 예상대로다. 소득창출활동, 즉 '돈벌이'는 12.7%에 그쳤다.
현실은 달랐다. '노후생활 방법'을 물으니 순위가 확 바뀐다. 취미활동은 여전히 많지만, '돈벌이' 비중이 32.2%로 치솟아 2위를 차지했다. 여행은 29.7%에서 5.2%로 곤두박질 쳤다. 지난해 통계청의 사회조사 결과다.
시니어 레지던스에서 제공하는 각종 서비스에 다들 관심은 많다. 하지만 들어가서 살 수 있을 만큼 일정한 재산소득이 발생하는 노인은 많지 않다. 만 60세 이상의 '생활비 마련 방법'을 보면 국가나 자녀가 준 생활비를 제외하면 근로·사업소득이 76%를 차지했다. 연금이나 퇴직급여는 29%, 재산소득은 8.1%에 불과했다. 은퇴 이후에도 일을 해야 생계를 이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노인 70%는 “살던 집에서 계속 살래”
대신증권은 지난 8월 '노인을 위한 집은 있는가'라는 보고서에서 "고령가구는 기존 거주지에서 머무르려는 '에이징 인 플레이스(Aging in Place)' 성향을 강하게 갖고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대신증권은 "미국이나 일본처럼 시니어하우징이 성숙한 국가라도 본인이 살던 집에서 사는 사람의 비중이 가장 높다"고 지적했다. 결국 "주택 개조와 재가요양서비스가 더 클 것으로 보는 관점 또한 존재한다"고 보는 이유다.보고서는 한국의 경우 특히 전세제도의 존재 때문에 시니어하우징에 대한 수요가 약하다고 분석했다. 임대인이라면 집을 팔지 않아도 전세임대를 놓아 현금을 확보할 수 있다. 임차인으로 지내면서 현금 지출 없이 살 수도 있다.
그럼에도 고령에 접어들수록 단지 구성이나 유닛(평면), 개별 동의 설계나 어메니티 등이 중요해진다. 돌봄 서비스나 케어·의료 서비스 제공, 접근성 등도 고령자가 높은 주거수준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를 최소한 충족할 수 있는 서비스가 필요하다는 게 보고서 지적이다.
강효진 케어닥 시니어하우징 디자인 연구소장은 "시설에 입소하기 전에 '에이징 인 플레이스'를 하면서 인력이나 제품 등으로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며 "입소를 최대한 늦추다가 자녀가 돌보지 않더라도 즐겁게 살아갈 수 있는 모델이 많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시니어주택 공급 어려워… “비싼 땅값이 원인”
집에서 머물다보면 생기는 문제가 '고립'이다. 강 연구소장은 "눈이 더 많은 게 안전할 때가 있다"며 "규모의 경제를 잘 갖춰서 자기 일과를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는 시니어 주택이 늘어나야한다"고 말했다.하지만 당장 시니어주택을 늘리기 쉽지 않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자기 집에서 살길 바라는 고령자가 시니어하우징을 이용토록 하려면 자기 집에서 가까운 곳으로 이사간다는 느낌을 줘야한다. 도심 곳곳에 소규모로 여러곳 들어서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서울시 어르신안심주택과 국토교통부의 실버스테이가 추진되고 있다. 어르신안심주택은 역세권이나 병원 근처에 무주택자인 노인이 주변 시세의 30~85% 가격으로 살 수 있도록 하는 시니어 주택이다. 민간사업자에겐 용적률 상향 혜택을 주고 80%는 임대, 20%는 분양을 허용해 사업성을 높여줬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제도가 도입된 지 반년가량 됐지만 민간사업자를 모으기 쉽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원인은 토지 매입에 따른 금융비용이다. 토지를 새로 매입해 어르신안심주택을 공급하면 고금리로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일으켜야 한다. 이 때 서울시가 건설자금대출을 최대 240억원까지 저리로 내준다. PF금리가 연 5% 수준인데 서울시가 최대 2%포인트까지 지원하고 있다.
정부가 도입하는 '실버스테이'는 만 60세 이상이 응급이나 식사 등 서비스를 받으며 20년 이상 살 수 있는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이다. 임대료는 기존 시니어 레지던스 시세의 95%, 식사나 생활지원서비스 등에 대한 이용료는 별도로 운영될 전망이다. 연내 1~2곳 정도를 선보인다는 게 정부 목표다.
일본은 ‘문턱 낮은’ 서비스부터 시작
앞서 초고령사회를 맞이한 일본에서 이같은 시도가 먼저 이뤄졌다. 일본은 식사나 청소 등 간단한 생활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그룹홈, 돌봄·간병이 포함된 유료노인홈, 도심에 분양하는 실버맨션 등으로 다양하다. 가격도 월 80만원부터 수천만원대까지 나눠져있다.최근에서야 도심에 고가의 실버타운이 들어서고 있다. 처음부터 지나친 '고비용'으로 접근하기보다 '당장 할 수 있는 서비스'부터 시작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노후 주택을 매입하거나 리모델링한 유료노인홈을 도입하며 시장을 이끌고 있는 곳이 베넷세 스타일 케어나 미쓰이 레지덴셜이다.
일본 전국에 800만가구에 달하는 빈집이 있는 만큼 업계 1위인 베네쎄 스타일 케어는 운영 중인 요양시설이 300~400곳에 달한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