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 쪼개서 왔어요"…미리내집 부스 찾은 직장인들
“출근한 아들 대신 정보 얻으러 왔어요. 집 장만해야 하는데 요즘 분양가가 너무 올라 걱정이에요.”

서울 송파구에서 온 중년 여성은 “그동안 관심을 가진 재개발 사업도 이제 분담금을 10억원은 내야 한다는 강연을 듣고 깜짝 놀랐다”며 “온 김에 LH(한국토지주택공사)와 GH(경기주택도시공사) 부스에 들러 3기 신도시 청약을 알아보려 한다”고 말했다.

30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B홀에서 열린 ‘집코노미 박람회 2025’는 아침부터 방문객이 몰려 장사진을 이뤘다. 특히 주택·상가·세금·경매·재개발·공공임대 등 각 분야 최고 부동산 전문가가 강연하는 ‘집코노미 콘서트’에는 자리가 없어 서서 듣거나 바닥에 앉아 듣는 사람으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예비 신부와 함께 행사장을 찾은 엔지니어 A씨(31)는 “정비사업 물건에 관심이 많은데,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대표 강연을 통해 전반적인 흐름을 짚어볼 수 있었다”고 했다. 40대 회사원 B씨는 “박민수 더스마트컴퍼니 대표 강연 중 증여 관련 내용이 도움이 됐다”며 “집코노미 박람회는 다른 곳에서 듣지 못하는 쏠쏠한 정보를 얻을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점심시간 쪼개서 왔어요"…미리내집 부스 찾은 직장인들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 부스는 점심시간을 이용해 행사장을 찾은 직장인이 많았다. ‘미리내집’ 등 공공임대주택을 신청할 자격이 되는지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회사원 C씨는 “SH가 토지임대부 주택으로 내놓은 마곡10-2단지를 처음 알게 됐다”며 “입지가 좋아 자격만 되면 12월에 청약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GH 부스를 찾은 K씨(62)는 “지금 살고 있는 잠실 집은 2년 뒤쯤 자녀에게 물려줄 생각”이라며 “GH가 경기 수원 광교에 공급하는 실버주택에 사는 것도 좋아 보인다”고 말했다.
"점심시간 쪼개서 왔어요"…미리내집 부스 찾은 직장인들
6·27 대책 등 정부의 부동산 규제 강도가 세지면서 이를 피할 수 있는 틈새 상품에 관심이 쏠렸다. 일본과 말레이시아, 두바이 등 해외 부동산 투자 상품을 소개하는 글로벌PMC 부스에는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며느리와 손주까지 대동한 한 노부부는 “다세대주택을 가지고 있으면 다주택자라고 집을 못 사게 하는 등 한국에선 규제가 많아 부동산 투자가 쉽지 않다”며 “일본 부동산에 관심 있어 상담받았다”고 말했다.

글로벌PMC 관계자는 “일본 부동산은 연 3~4%대, 말레이시아는 6~8%, 두바이는 10% 내외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며 “두바이는 코인으로도 부동산을 살 수 있어 최근 인기가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점심시간 쪼개서 왔어요"…미리내집 부스 찾은 직장인들
인천 서구 ‘청라 피크원 푸르지오’ 부스도 북적였다. 주거용 오피스텔이어서 ‘주택담보대출 6억원 상한’ 규제를 받지 않는 곳이다. 분양 관계자는 “청라국제도시에서도 스타필드·서울아산청라병원·지하철역 예정지 등과 인접해 호재가 많다”며 “주택 수에 포함되지 않고 전매 제한도 없어 투자 목적으로 부스를 찾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40대 자영업자 L씨는 “실거주하다가 나중에 월세를 놓을 생각으로 오피스텔 매수를 알아보고 있다”며 “청라 피크원 푸르지오가 주변 생활 인프라가 풍부하고 입지가 좋아 관심이 간다”고 말했다.
"점심시간 쪼개서 왔어요"…미리내집 부스 찾은 직장인들
디벨로퍼 디블록그룹이 서울 중구에 선보인 분양형 레지던스 ‘호텔 더 보타닉 세운 명동’도 상담 탁자가 가득 찰 정도로 인기였다. 객실을 분양받은 사람에게 2년 동안 공급가의 연 6%에 해당하는 수익을 매달 지급하고, 3년부터는 객실 가동률에 따라 수익을 분배한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주택 수로 잡히지 않아 종합부동산세나 양도소득세가 중과되지 않는다.

딸과 함께 온 중년 여성은 “한류 붐을 타고 외국인 관광객이 늘고 있어 관련 부동산을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디블록 관계자는 “주말엔 만실이고, 평일에도 80%까지 객실이 찬다”고 소개했다.

임근호/손주형/오유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