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전경. 사진=연합뉴스
서울 아파트 전경. 사진=연합뉴스 수도권 집값을 두고 국토교통부 장관과 부동산 시장의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일시적 잔등락"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 반면 시장에선 "상승장의 초입"이라며 "추세적으로 더 오를 것"이라는 의견이 힘을 받고 있다.

17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최근 세종시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수도권 부동산 시장에 대해 "지역적, 일시적으로 일어나는 잔등락이며 과거처럼 몇 년씩 오르는 상황은 재현되지 않을 것"이라면서 "추세적 상승으로의 전환은 아니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박 장관은 "우리나라 경제, 부동산을 둘러싼 문제들이 (집값을) 몇십퍼센트씩 상승시킬 힘이 없는 상황"이라면서 "금리 문제, 공사비 문제, 수요계층이 광범위하지 않다"고도 부연했다. 그러면서 "약간의 쏠림 현상이 일어나는 지역들, 서울 특정 지역에 몰리는 부분적인 상승이 있지만 수급 문제보다는 금융장세적 성격이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이 7월 11일 출입기자단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국토교통부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이 7월 11일 출입기자단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국토교통부 서울 집값에 불이 붙으면서 정부가 진화에 나서고 있지만 시장에서 보는 시각은 조금 다르다. 시장에선 서울 집값의 추세적 상승이 시작됐다고 보고 있다. 이를 이끄는 것은 실수요자들이다.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연구소장은 "집값이 오르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수요가 살아났다는 것"이라면서 “"전세 사기 등으로 연립·다세대 시장에 있던 수요가 아파트 시장으로 넘어왔고, '똘똘한 한 채'를 이유로 지방 수요가 서울로 넘어온 점도 가격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했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 연구원도 "2022년 금리가 급등한 이후 약 2년간 눌려 있던 수요가 지금 터져 나오고 있다고 보면 된다"며 "현재 시장을 움직이는 주체는 실수요자들"이라고 판단했다.

실수요자들이 '내 집 마련'에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서울에 공급이 부족하다. 부동산 플랫폼 직방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서울 입주 물량은 1만8439가구다. 상반기(5015가구)보다는 268% 뛰었지만 1년으로 계산해보면 올해 입주 물량 2만3454가구는 지난해 3만610가구보다 7000가구 넘게 하락한 수준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올해 5월 말 서울 주택 인허가 및 착공 실적 누계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35.6%(1만6357가구→1만530가구), 2.9%(1만2499가구→1만2131가구) 감소했다. 주택 공급의 선행지표인 인허가와 착공 실적이 줄어 입주 물량 역시 영향을 받는다.

김은선 직방 빅데이터랩실 랩장은 "서울 아파트 공급 부족에 따른 불안 심리가 매수세를 자극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매수세가 더 거세지면 집값 역시 자극받아 더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실수요자들을 억누른 금리 부담도 완화하고 있다. 주택담보대출 고정형 금리의 기준이 되는 은행채 5년물 금리는 지난 12일 기준 3.357%로 2022년 4월 이후 가장 낮다. 이달 들어서만 0.133%포인트 내렸다.

시중은행들은 정부의 가계대출 관리 요구에 부응해 주담대 금리를 올렸지만 시장 금리가 하락해 인상 효과가 반감됐다.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 주담대 혼합형(고정형)의 경우 연 3.06~4.46%, 하나은행은 연 3.24~3.64% 등이다. 신한은행의 혼합형 주담대 금리 하단은 2.91%로 2%대다.

심지어 하반기엔 금리가 더 내려갈 것이란 기대감이 커진 상황이다. 한국은행은 최근 3년 만에 처음으로 금리인하 검토를 공식화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한국은행의 금리인하 시기는 빠르면 10월, 늦어도 11월이 될 전망이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부동산이란 자산이 대출 없이는 매수가 어려운 만큼 그간 높은 금리는 실수요자들을 짓누르고 있었다"며 "금리 부담이 완화되니 여력이 있는 수요자들이 다시 부동산 시장으로 몰리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서울의 한 공인중개사무소에 전·월세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   사진=뉴스1
서울의 한 공인중개사무소에 전·월세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 사진=뉴스1 분양가 상승 역시 집값을 밀어 올리는 요인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올해 5월 서울 아파트 분양가는 3.3㎡당 3862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106만원)보다 약 24.35% 뛰었다. 박상우 장관은 이에 대해 "3기 신도시가 착공되는 등 만만찮은 공급 물량이 대기 중"이라고 했지만 치솟는 분양가는 연쇄적으로 집값을 밀어 올리게 된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 전문위원은 "분양가가 상승하면 신축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고 신축 가격의 상승은 준신축, 구축에도 영향을 주게 된다"며 "'앞으로 집값이 더 내려가진 않겠구나'라는 인식이 커지면서 가격이 오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서울 집값 상승세는 통계에서도 나타난다.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매매가격지수는 16주 연속 상승 중이다. 지난 3월 마지막 주(25일) 상승 전환한 지수는 0.1포인트 수준으로 상승 폭을 확대하다 지난달 셋째 주(17일)부터 한 번에 0.05포인트 뛰는 등 변동 폭이 커졌다.

심리도 개선됐다. 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매매수급지수는 이달 둘째 주(8일) 기준 102.2로 기준선인 100을 2주 연속 웃돌고 있다. 이 지수가 100을 넘어섰다는 것은 집을 파는 집주인보다 집을 사려는 실수요자들이 더 많아졌다는 뜻이다.

거래량도 늘어나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6177건으로 2020년 12월(7745건) 이후 4년 6개월 만에 가장 많은 수준을 기록했다. 신고 기한이 이달 말까지인 점을 고려하면 7000건 내외에 달할 전망이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