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270만 가구 공급’ 대책이 좀처럼 효과를 내지 못하면서 주택 시장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공공택지 사전청약 단지는 좀처럼 본청약으로 이어지지 않고, 수도권 주택 공급 대책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전세 수요를 아파트로 몰아 가격 상승을 부추겼다는 비판이 나오는 등 정부의 주택 정책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사전청약을 신청받은 공공단지 중 본청약이 이뤄지지 않은 곳은 82개 단지, 4만3510가구에 달한다. 당장 9월 본청약을 예고한 경기 남양주왕숙2 A1블록(762가구)과 A3블록(650가구)은 내년 3월로 본청약이 연기됐다. 하남교산 A2블록(1056가구)과 구리갈매역세권 A1블록(1125가구)도 내년으로 일정이 미뤄졌다.

사전청약 당첨자를 발표해 놓고 사업이 취소된 사례도 늘고 있다. 경기 화성시 동탄2신도시 C28블록(108가구)과 파주 운정3지구 주상복합 3·4블록(804가구), 인천 가정2지구 B블록(278가구)은 사업 자체가 취소돼 사전청약 당첨자가 본청약 기회를 잃었다. 국토교통부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을 개정해 이르면 9월 민간 건설회사가 시행하는 사전청약에 당첨된 사람도 다른 아파트에 청약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급 성적표도 기대 이하다. 정부는 윤석열 대통령 임기인 2027년까지 270만 가구(인허가 기준)를 공급하겠다고 공약했다. 계획대로라면 올해까지 101만 가구가 인허가를 받아야 하지만, 5월까지 누적 인허가 물량은 51만 가구에 그쳤다. 3년 뒤 주택 공급으로 이어지는 착공 실적은 2021년 58만4000가구에서 지난해 20만9000가구로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전세사기 대책으로 내세웠던 빌라 등 비(非)아파트 규제 정책이 아파트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정부가 빌라 시장 전체를 전세사기의 주범으로 몰아 대출 규제 등을 강화하자 전세 수요가 아파트에 쏠렸고,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수요가 많은 서울 주택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내걸었던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 정책도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폐지를 추진한 재건축초과이익 환수제와 재건축 정밀안전진단 완화, 인허가 패스트트랙 도입 등은 21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유오상 기자 osy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