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액의 상속세 문제로 세무서 독촉 받아"
30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 전 의원은 이달 2일 동교동 사저의 소유권을 박모 씨 등 3명에게 이전했다. 토지와 주택을 포함한 거래 가액은 100억원이었다.
매입자 3인은 은행에 96억원의 근저당을 잡혀 6 대 2 대 2의 비율로 지분을 공동 소유하는 방식으로 사저를 매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입자 세 사람의 주소는 동일했다.
동교동 사저는 DJ가 정치 인생의 대부분을 보낸 곳이다. '동교동계'(DJ 집에서 상주하다시피 하면서 그를 보좌한 측근들을 가리키는 말)라는 말도 이곳에서 나왔다. DJ는 군사독재 시절 55차례나 이곳에서 가택 연금을 당하기도 했다. DJ는 5·16 쿠데타가 일어난 1961년 사저에 입주한 뒤 미국 망명, 영국 유학 시기 및 2년여간의 일산 사저 생활을 빼고는 2009년 8월 타계할 때까지 줄곧 이곳에서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동교동에서 지내오던 고(故) 이희호 여사가 2019년 6월 별세한 뒤, 김 전 의원이 동교동 사저와 남은 노벨상 상금(8억원)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면서 형제간 유산 분쟁이 벌어진 곳이기도 하다.
사저 소유자였던 김 전 의원은 "거액의 상속세 문제로 세무서의 독촉을 받아 어쩔 수 없이 작년에 매각을 결정했다"며 "어디까지나 사적인 일"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매입자가 사저 공간 일부를 보존해 고인의 유품을 전시해주시기로 약속해줘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며 "DJ 기념관을 만들지는 못했지만, 목포와 수도권 한 곳에 유품 전시장을 만들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1대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했던 김 전 의원은 2020년 강남 아파트 20대 차남 증여 논란, 재산 신고 누락 의혹 등으로 제명됐다가 작년 7월 복당했다. 같은 달 2억6000만원 규모의 코인 거래 사실이 드러나자 동교동 자택 상속에 따른 17억원의 상속세를 충당하려 했다고 부연했다.
앞서 이 여사는 동교동 사저에 대해 "김대중·이희호 기념관으로 사용한다. 만약 지자체 및 후원자가 매입해 기념관으로 사용하게 된다면 보상금의 3분의 1은 김대중기념사업회에 기부하며, 나머지 3분의 2는 김홍일·홍업·홍걸에게 균등하게 나눈다"고 유언했다.
하지만 김 전 의원은 공증 절차가 누락되는 등 유언장 형식에 문제가 있다면서 이 여사의 유일한 친자로 민법상 상속인인 자신이 사저를 상속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고, 차남인 김홍업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이 2020년 1월 사저 처분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결국 2020년 6월 이 여사의 2주기에 김 이사장과 김 전 의원은 사저에 모여 고인의 유지를 받들기로 합의해 분쟁이 일단락됐다.
김 이사장은 "당시 합의가 잘 지켜질 것으로 알고 법적 조치도 취하했다"며 "눈 뜨고 역사의 현장인 사저가 날아가는 걸 보고 있게 됐다"고 말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