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축과 가격差 벌리는 새 아파트
10대 브랜드 단지 선호도 높아져
2030 따라 수도권 쏠림도 가속화
주택 마련 땐 시장 심리 고려해야
10대 브랜드 단지 선호도 높아져
2030 따라 수도권 쏠림도 가속화
주택 마련 땐 시장 심리 고려해야
최근 연이어 청약에 실패하며 기존 아파트를 알아보고 있다는 직장인이자 신혼인 이모(34) 씨는 아파트 선택 기준을 두고 부부싸움이 심하다고 어려움을 토로한다. 배우자는 "준공 후 3년이 넘은 아파트에선 살고 싶지 않다"며 새 아파트를 고집하고 있는데, 이 씨는 대출금 부담 때문에 비교적 저렴한 기존 아파트를 원하기 때문이다.
이 씨는 “각자 출퇴근을 고려하는 동시에 신축 아파트에 살려고 하면 서울에서 고를 수 있는 아파트가 고가의 몇 단지밖에 없다”며 “그나마도 새 아파트가 요즘 물어볼 때마다 가격이 오르고 있어서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이 씨의 경우처럼 최근 2030 실수요자 사이에선 ‘얼죽아’라는 말이 유행한다. ‘얼어 죽어도 신축 아파트’라는 뜻이다. 커뮤니티 시설이나 마감이 오래된 구축 아파트에선 살지 않겠다는 2030이 늘어난 데 따른 신조어다. 실제로 2030 실수요자가 신축 아파트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최근 수도권 신축 가격은 구축과의 격차를 넓히고 있다.
2030 실수요 ‘신축 쏠림’ 심화
반면, 준공한 지 20년이 지난 구축 아파트의 상승률은 0.46%에 그쳤다. 신축과 구축 아파트의 상승 폭 차이가 두 배에 달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서울에선 구축 아파트가 재건축·재개발 기대감에 준신축 아파트보다 ‘귀한 몸’ 대접받았는데, 상황이 역전된 것이다.
업계에선 20·30세대 등 아파트 실수요층의 새 아파트 수요 현상이 심화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이른바 ‘얼죽신’ 현상이 심해지며 구축 아파트는 외면받고, 신축 아파트의 가격은 오른다는 것이다.
신축의 인기는 현장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서울 아파트 입주·분양권 거래량은 이달까지 360건을 넘어섰다. 이 중 입주를 앞둔 서울 강동구 ‘올림픽파크 포레온’(둔촌주공 재건축)의 거래는 74건을 기록했다.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올림픽파크 포레온의 전용 84㎡ 입주권 가격은 12억원 선이었는데, 최근에는 같은 크기가 23억5000만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기록하고 있다.
비교적 새 아파트가 몰려 있는 강동구에는 매수세가 몰리고 있다. 강동구의 한 공인중개 대표는 “젊은 신혼부부는 무조건 신축을 원해 집을 보여주기도 어렵다”며 “신축 매물이 없어 가격 오르는 속도가 더 빨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브랜드 따라 실수요도 편차
부동산시장 분석업체 부동산인포가 한국부동산원 청약홈 아파트 경쟁률을 분석한 결과, 올해 상반기 10대 건설사가 분양한 아파트의 1순위 평균 경쟁률은 8.07대 1로, 그 외 건설사 아파트 경쟁률(3.98대 1)보다 2배 이상 높았다. 지난해는 10대 건설사 아파트 경쟁률이 18.29대 1로, 그 외 건설사 아파트 경쟁률(5.79대 1)보다 3배 이상 높았다.
10대 건설사 브랜드 아파트는 일반적으로 매매 시장에서 중견사 단지보다 우위를 점한다. 이에 따라 청약자도 같은 동네에서 여러 단지가 분양에 나서면 대형사 브랜드를 먼저 본다. 실제로 지난 4월 부동산R114가 공개한 ‘내 집 마련에 대한 수요자 인식 조사’에 따르면 아파트 매입 시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조건 중 1위는 ‘브랜드’(40.57%)로 나타났다.
분양 업계 관계자는 “젊은 청약자일수록 브랜드에 따른 선택을 하는 경향이 크다”며 “대형 건설사 브랜드 단지는 커뮤니티와 하자 처리 면에서 강점이 있기 때문에 쏠림 현상이 경쟁률로 나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은 못 가도 수도권으로”
내 집 마련에 나서야 하는 젊은 청약자는 속이 탄다는 반응이다. 공사비 상승과 여전한 고금리로 신축 아파트의 분양가는 높아져 가는데, 기존 아파트 가격도 오름폭이 점차 커지고 있어서다. 일부는 2021년 급등기 당시 벌어졌던 ‘패닉 바잉’을 다시 하기도 한다.
한 30대 서울 지역 예비 청약자는 “기존 아파트 가격 오름폭이 더 커지면 이제 대출을 받아도 집을 살 수 없는 상태가 될 것”이라며 “부부가 말 그대로 ‘영혼까지 모아’ 집을 마련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대화를 매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가격 급등과 함께 매매 건수도 늘었다. 지난 6월 서울 아파트 거래 신고는 6177건에 달한다. 부동산 활황기를 기록하던 2020년 12월(7457건) 이후 가장 많다. 다만 전문가들은 성급한 '패닉 바잉'은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지금의 상승세는 수도권 쏠림 현상과 공급 불안심리가 겹쳤기 때문”이라며 “부동산 심리 회복에 따른 안정화 가능성도 있어 상황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오상 기자 osy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