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시내 아파트 전경. 사진=뉴스1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시내 아파트 전경. 사진=뉴스1 서울 아파트 가격이 22주 연속 오르면서 한때 8만5000건을 넘겼던 매물 수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집값이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에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둔 여파다.

27일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전날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은 7만8573건을 기록했다. 이는 3개월 전(5월26일·8만4254건)보다 6.8% 감소한 수치다.

올해 초부터 증가하기 시작한 서울 아파트 매물은 5월15일 8만5595건까지 늘었지만, 최근 들어 감소세를 보였다. 이달 5일에는 7만6629건까지 줄었다.

25개 자치구 대부분 매물 수가 줄어드는 추세이지만, 그 정도에 있어서는 차이를 보인다. 집값 상승을 주도하고 있는 강남권은 상대적으로 매물이 덜 줄어든 반면, 향후 집값 상승 흐름이 확산할 것으로 기대되는 지역은 매물이 더 가파르게 줄어드는 추세다.

서울에서 매물이 가장 크게 줄어든 곳은 동작구다. 동작구는 3개월 전인 지난 5월26일 3476건이던 매물 수가 이달 26일에는 2915건으로 줄어 16.2%의 감소 폭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서울 평균 감소 폭의 두 배가 넘는다. 이 기간 성북구도 3535건에서 2035건으로 14.2% 줄었다. 서대문구도 2838건에서 2557건으로 매물이 10% 감소했다.
서울 서초구 한 공인중개사무소에 매물 안내문이 붙어있다. 사진=뉴스1
서울 서초구 한 공인중개사무소에 매물 안내문이 붙어있다. 사진=뉴스1 이에 비해 강남구는 3개월 전 대비 매물 수가 7929건에서 7680건으로 3.2% 줄어드는 데 그쳤다. 서초구도 7132건에서 6570건으로 매물이 7.9% 감소했다. 반대로 매물 수가 늘어난 자치구도 있다. 은평구는 이 기간 매물 수가 3483건에서 3522건으로 1.1% 증가하며 유일하게 매물 수가 늘었다.

서울 대부분 지역에서 매물이 줄어들면서 매도자 우위 시장도 형성되고 있다. 성동구의 한 개업중개사는 "가격이 오르니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두는 탓에 매수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최근 계약된 한 아파트 급매물은 매수자가 중개 수수료를 모두 부담했다"고 털어놨다.

매도자가 '매물 찾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저렴한 급매를 구하지 않았느냐'며 계약 조건으로 부동산 중개 수수료 전액 부담을 요구한 것이다. 이러한 매도자의 배짱에 매수자가 응하면서 이 계약은 체결됐다. 성동구 아파트 매물은 석 달 전과 비교해 3266건에서 2908건으로 11% 줄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주택 시장이 얼어붙으면 매도자가 중개보수를 전부 내기도 한다"며 "매수자가 중개보수를 내기 싫었다면 계약하지 않았으면 된다. 계약했다는 것은 수수료를 부담할 만큼 주택 시장에서 괜찮은 매물을 찾기가 어려워졌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사진=게티이미지
사진=게티이미지 매물 감소는 매수 심리도 자극하고 있다. KB부동산 데이터허브에 따르면 서울의 주간 매수우위지수는 지난 19일 기준 70.5를 기록했다. 올해 2월까지도 20대에 머물던 매수우위지수가 반년 만에 70.5로 껑충 뛰어오른 것이다. 매수우위지수는 집을 사려는 심리를 지표화한 것으로, 기준선 100보다 낮으면 시중에 매수자보다 매도자가 많다는 의미다. 특히 강남 11개 구의 매수우위지수는 이보다 높은 75.3으로 나타났다.

업계 관계자들은 향후 서울 집값이 더 오를 것이라 내다보고 있다. 최원철 한양대 교수는 "미국이 기준금리를 낮추면 한국 기준금리도 낮아질 것"이라며 "금리가 낮아지면 부동산 시장으로 자금이 쏠리는데, 오피스텔이나 상가 등이 외면받고 있기에 아파트로 자금이 몰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서울 아파트 공급도 줄어들고 있어 향후 수년간 집값이 오를 것"이라고 진단했다.

심형석 우대빵부동산 연구소장도 "아파트 공급은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도 분양에서 입주까지 4년 넘는 시간이 걸린다"며 "정부가 주택 공급대책을 내놨지만, 당장 공급을 늘리기 어려운 만큼 향후 2~3년은 집값이 우상향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