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아파트 거래 시장의 ‘큰손’은 단연 30대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1~5월 30대의 아파트 매매 건수는 5만812건으로, 전체(19만3074건)의 26.3%를 차지했다. 40대(4만9853건)와 50대(4만2240건), 60대 이상(4만444건)을 제치고 전 연령대를 통틀어 매수세가 가장 강했다. 신생아 특례대출 효과 등에 힘입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과거에 젊은층은 ‘영끌’(영혼 끌어모아 대출)을 통해 ‘노도강’(노원·도봉·강북) 등 중저가 아파트를 구매한다는 인식이 강했다. 경제 활동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돼 40~50대보다 ‘목돈’이 적을 수밖에 없어서다. 하지만 요즘 들어선 송파구와 강서구, 영등포구, 성동구 등 직장 접근성이 좋은 지역 선호도가 올라가는 추세다.
강남 가까운 송파·성동·강동 매수세 몰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5월 기준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아파트 거래량이 가장 많은 곳은 송파구(403건)였다. 강남구(346건)와 노원구(330건), 영등포구(322건), 성북구(280건) 등이 뒤를 이었다. 30대의 거래량 순위를 살펴보면 약간 차이가 난다. 1위는 송파구(129건)로 동일하다. 강서구(115건)와 영등포·성동구(각 111건), 강동구(104건)가 2~5위를 차지했다.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노원구는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의 상징과도 같았는데 높은 분담금 등으로 재건축 기대심리가 떨어진 영향이 있다”며 “무엇보다 요즘 MZ세대(밀레니얼+Z세대)는 기성세대에 비해 구축보다 신축이나 준신축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향후 재개발 등으로 인한 시세차익을 기대하며 오래된 아파트에 거주하는 ‘몸테크’를 감수하기보다, 정주 여건이 잘 갖춰진 곳의 단지를 구매하려는 경향이 강하다는 얘기다.
송파·강동에선 거여·강일동 주목
다만 신생아 특례대출 효과도 여전히 건재하다는 평가다. 정부가 신생아 특례대출의 소득 요건을 부부합산 기준 1억3000만원에서 2억5000만원으로 올리기로 하면서 대상자가 훨씬 넓어지게 됐기 때문이다. 이달 둘째 주 기준 서울 아파트값 주간 상승률이 5년10개월 만의 최대치를 기록하는 등 가격 오름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가격이 더 오르기 전에 9억원 이하 아파트를 매수하자는 심리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노도강과 금관구 등 외곽 지역을 제외하고 이 가격으로 현재 살 수 있는 아파트는 어디일까. 송파구에선 거여동이나 오금동, 방이동, 문정동 등 일대 구축 소형 아파트를 고려할 수 있다.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거여동 거여5단지 전용면적 59㎡는 7억8000만원(10층)에 손바뀜했다. 강동구에서도 역세권 신축을 9억원으로 사기는 무리다. 그나마 강일동 일대에선 신축을 노려볼 수 있다. 2020년 준공된 강동리버스트4단지 전용 59㎡ 몸값은 8억원 초반대고, 전용 49㎡는 7억원 남짓이다.
성동구에선 하왕십리동, 응봉동, 마장동 등에서 9억원 이하 아파트를 여럿 발견할 수 있다. 응봉동의 금호현대, 신동아 등의 전용 59㎡ 몸값이 8억원 전후로 형성돼 있다. 양천구 신정동에서도 2000년 전후로 지어진 아파트들의 전용 59㎡ 정도를 신생아 특례대출을 받아 구매할 수 있다. 성북구까지만 나와도 전용 84㎡까지 가능해진다. 한신한진 전용 84㎡의 경우 최근 실거래가가 7억~8억원 정도다. 저층 물건은 6억원대에도 거래가 됐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