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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GettyImagesBank “시니어 주거사업을 본격화하려고 해도 아직은 세금과 건축 규제가 많아 시기상조라는 생각이 듭니다. 오히려 일반 민간임대사업을 하면 받을 수 있는 각종 혜택이 노인주택엔 해당하지 않아 향후 개선이 필요하죠.”

지난 10일 만난 한 부동산 디벨로퍼(개발업체) 대표는 “시니어 주거시설(시니어 하우징)에 대한 수요가 많아 무조건 성공할 수 있단 확신이 든다”면서도 “아직 한국에선 각종 규제가 많아 공급이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사업을 하더라도 일반 민간임대주택을 공급하는 쪽이 혜택이 더 많다는 것이다.

업계에선 시니어 주거시설의 공급을 가로막는 가장 큰 원인을 규제로 꼽는다. 각종 규제 때문에 임대료가 비싼 고급 요양시설을 중심으로 공급이 이뤄지고, 오히려 수요가 많은 중저가형 시니어 주거시설 공급은 어렵다는 것이다.

공급 턱없이 부족한 시니어 레지던스


‘2024년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993만8000명에 달하는 65세 이상 고령 인구는 2072년 1727만1000명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인구 비중으로 따지면 노년 인구 비율이 47.7%로 절반에 가까워진다.

한국은 지난해 말 고령인구 비중이 20%를 차지하면서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그만큼 고령인구를 위한 시니어 주거시설 수요도 커지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노후에도 자녀와 동거를 희망하는 비율은 2011년 27.6%에서 2020년 12.8%로 급감했다. 반면, 노년 인구의 순자산은 2018년 6866조4473억원에서 2023년 9610조6529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자산은 늘고 자녀와의 동거는 거부하면서 노년 인구만을 위한 주거시설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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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GettyImagesBank 그러나 늘어난 수요에 비해 시니어 주거시설의 공급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2023년 기준 노인복지주택은 40곳으로 2017년(38곳) 대비 단 2곳 늘었다. 양로시설은 같은 기간 192곳에서 175곳으로 오히려 17곳 줄었다. 돌볼 수요 증가로 요양시설의 수가 4057곳에서 4525곳으로 468곳 이상 늘긴 했지만, 여전히 전체 수요를 감당하기엔 부족한 상황이다.

시니어 주거시설을 공급하는 개발업계에선 고비용·고급화 위주로 이뤄지는 시니어 주거시설 시장을 문제로 지목한다. 각종 규제를 피해 수요와 수익성을 확보하려다 보니 고급 시설만 공급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한 개발업계 관계자는 “중간소득층을 위한 시니어 주거시설의 공급이 필요하다는 데에는 공감한다”면서도 “지금 상황에선 규제를 피해 사업성을 확보하기 어려워 공급이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간임대보다 세 부담 더 많아


특히 민간에서 시니어 주거시설 공급의 걸림돌로 꼽는 것은 세제 혜택이다.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일반 민간임대주택을 건설할 때 제공하는 세제 혜택 등이 시니어 주거시설엔 적용되지 않아 오히려 역차별받는다는 것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대표적 시니어 주거시설인 노인복지주택과 양로시설을 공급할 때 2026년 말까지 한시적으로 취득세가 25% 감면된다. 반면, 민간임대주택을 공급할 땐 전용면적 60㎡ 이하에 대해 아예 취득세가 면제된다. 전용면적 85㎡ 이하 중형 크기 임대주택을 공급한다고 하더라도 50%가 경감된다. 시니어 주거시설이 세제 혜택 측면에서 오히려 손해를 보는 셈이다. 재산세 역시 민간임대주택의 경우 40㎡ 이하까지 아예 면제되는 반면, 시니어 주거시설의 경우엔 한시적으로 25% 감면에 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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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GettyImagesBank 운영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가세도 시니어 주거시설이 불리하다. 입소 노인을 대상으로 주거와 식사,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생활비를 받게 되면 부가세 납부 대상이 된다. 민간임대주택이 임대료에 대해 부가세를 면세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일반관리비와 경비비 등에 대해선 부가세가 면세된다고 하지만, 이마저도 양로시설인 경우엔 모두 부과된다. 소득세 역시 시니어 주거시설의 경우 올해까지 한시적으로 최대 30%를 감면받는 데 그치지만, 민간임대주택의 경우엔 장기일반민간임대주택으로 공급할 경우 최대 50%를 감면받을 수 있다.

업계에선 시니어 주거시설에 대한 취득세 감면 혜택을 확대해야 공급도 늘어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민간임대주택 수준 이상으로 혜택을 확대해야 현재 수요를 맞추고 사업성도 확보할 수 있단 설명이다. 일부에선 시니어 주거시설에 대한 전기세 감면 혜택도 신설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분양형 시니어 주거 더 확대해야


내 집에서 거주하고 싶어 하는 노년 인구를 위한 분양형 개발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현재 노인복지주택과 양로시설 등은 모두 임대형으로만 운영이 허용돼 있기 때문이다. 거주하는 수요자 입장에선 내 집이 아니란 생각에 입소를 꺼리는 경우가 많고, 공급자 입장에서도 자금 회수까지 시간이 오래 걸려 사업성이 낮다는 단점이 있다.

업계에선 지난해 발표된 임대·분양 혼합 개발 정책이 속도를 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아니면 지역별 상황에 따라 임대와 분양 비율을 조절할 수 있도록 허용해 다양한 수요를 만족시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한다. 개발업계 관계자는 “분양형 공급이 이뤄져야 공급자가 새 주택을 빠르게 공급할 수 있다”라며 “현재처럼 일괄 임대형으로만 공급 방식을 제한하는 것은 공급자 입장에선 큰 장애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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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GettyImagesBank 다른 민간임대와 다르게 까다로운 개발 규제 등도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다. 현재 시니어 주거시설의 경우엔 토지와 건물 소유권을 모두 확보해야만 공급이 가능하다. 개발업계 등에선 다른 민간임대와 같이 사용권을 확보한 상태에서도 공급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또 시니어 주거시설을 위한 LH 보유 택지 제공을 확대하고 용적률 인센티브 등을 제공해 사업성 확보를 도와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한 부동산 디벨로퍼 대표는 “올해부터 복합개발에 따른 인센티브 적용 등의 혜택이 제공되는데, 수도권에 비슷한 혜택이 제공되는 택지를 더 공급해야 수요에 맞출 수 있을 것”이라며 “수요자 입장에서도 가격이 저렴한 중가격대 시니어 주거시설 공급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65세 인구가 전 국민의 20%를 웃도는 ‘초고령 사회’에 진입했습니다. 은퇴한 시니어 세대에게 건강과 주거가 핵심 이슈입니다. ‘집 100세 시대’는 노후를 안락하고 안전하게 보낼 수 있는 주택 솔루션을 탐구합니다. 매주 목요일 집코노미 플랫폼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유오상 기자 osy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