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서울시가 잇따라 '노(老)치원'이라고 불리는 주간보호센터 의무화에 나서고 있다. 서울시가 재건축 신속통합기획에 주간보호센터 도입을 강화한 데 이어 서울시의회에서 주간 노인요양시설 입법화에 나섰다. 자가에서 노후를 보내고 싶어 하는 요즘 실버 세대의 수요까지 맞물리며 주간보호센터가 대단지 아파트의 필수 시설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고령화에 대비한 공공기여 시설을 확대하고 있다. 이상욱 국민의힘 서울시 의원은 지난 15일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공공서비스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서울특별시 도시계획조례 일부개정 조례안'을 대표 발의했다.

현행 조례는 공공기여 시설의 용도를 공공임대주택, 기숙사, 공공임대산업시설 등 제한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변화하는 사회적 수요를 반영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번 개정안에는 공공산후조리원은 물론, 고령층 지원시설과 돌봄센터 등 저출생·고령화를 극복하기 위한 공공기여 시설이 도시계획 논의단계에서 도입되도록 용도를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의원은 “저출생과 고령화로 사회적 수요가 변화하고 있다"며 "이에 맞는 필수적인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서울시는 지난해부터 재건축 신속통합기획에 ‘단계별 처리 기한제’를 도입하며 주간보호센터 도입을 압박하고 있다. 단계별 처리 기한제는 단계별 기한마다 다음 사업단계로 추진하지 못하면 기존 신속통합기획 절차는 취소되고 일반 재건축 사업 단지로 전환되는 방식이다.

단계별 처리 기한제의 첫 타깃은 여의도 시범아파트였다. 여의도 시범아파트의 정비계획 결정안은 2023년 10월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에서 수정 가결됐지만 주민들이 데이케어센터 건립에 반대하면서 1년 넘게 결정고시가 이뤄지지 못했다.

이에 대해 오세훈 서울시장이 "데이케어센터가 없다면 신통기획도 없다"고 천명했다. 오 시장은 "신속통합기획을 통해 재건축의 속도를 높이고자 하면서, 공공성을 지키기 위한 필수적인 의무는 외면하는 이기적인 행태는 절대 바람직하지 않다"며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이어 단계별 처리 기한제가 도입되며 신통기획이 무산될 위기에 놓이자 노인복지시설을 공공기여하는 내용을 담은 정비구역지정 재공람 절차를 밟았다.

서울시의 강력한 의지로 시범아파트뿐 아니라 다른 단지도 노인복지시설 도입이 늘어날 전망이다. 서초구 진흥아파트, 여의도 대교아파트, 양천구 목동 14단지 등도 노인복지시설을 공공기여 시설로 확정했다.

전문가들은 노인들의 아파트 선호 현상으로 집 근처 주간보호센터가 필요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2023년 통계청이 실시한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건강이 유지돼 독립적인 일상생활이 가능한 상황에서의 희망 거주 형태는 ‘현재 집에서 계속 산다’의 비중이 87.2%에 달했다. 거동이 불편할 때 희망하는 거주 형태 역시 '현재 집에서 거주한다'는 응답이 48.9%로 가장 높았다. 움직이는 것이 불편했을 때 노인요양시설에 입소하고자 하는 비율(27.7%), 노인전용주택으로 이사를 희망하는 비율(16.5%)보다 높았다. 아파트에서 오랜 시간 살아온 요즘 노인들은 실버타운 등으로 이동하기보다 살던 집에서 계속 거주하는 것을 더 선호한다는 뜻이다.

실제 한국의 아파트는 가구 내 이동 편의성, 커뮤니티 시설의 진화 등으로 실버타운을 대체할 수 있는 수준까지 올라오고 있다. 김태성 케어링 대표는 "한국의 아파트는 문턱을 없애고 화장실에 손잡이를 다는 방식의 소규모 공사만으로 요양원과 비슷한 시설을 만들 수 있다"며 "앞으로는 자가에 거주하면서 주간보호센터에 가서 수업을 듣고, 돌봄을 받는 방식이 선호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