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연금 가입자가 14만명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 연금에 가입할 수 있는 만 55세 이상 가구주의 2%도 채 되지 않는 수준이지만,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는 점은 눈여겨볼 만한 하다. 한국주택금융공사(HF)는 주택 연금 가입자가 좀처럼 늘지 않는 이유로 ‘상속 욕구’를 꼽았다.
업계에서는 주택 가격, 연령 등 가입 조건을 완화하고 상품의 유연성을 높여야 수요자의 관심이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금융권에서 집값 요건을 완화한 상품이 출시됐다. 민간 상품 출시로 주택 연금 시장의 다양성이 늘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4일 은행업계에 따르면 공시가격 12억원이 넘는 아파트로 주택 연금에 가입할 길이 생겼다. 하나금융그룹이 민간 주택 연금 상품인 ‘하나더넥스트 내집연금’을 출시하면서다. 이전까지는 공시가격 12억원 이하 주택 보유자만 HF의 공적 주택 연금을 이용할 수 있었다.
주택 연금은 주택 소유자가 집을 담보로 제공하면 계속 거주하면서 매월 연금을 받을 수 있도록 국가가 보증하는 제도다. 부부 중 1명이 55세 이상이고 부부 합산 공시가격 12억원 이하 주택 또는 주거 용도의 오피스텔을 소유한 경우 가입할 수 있다. 다주택자라도 합산 12억원 이하면 가능하다. 특별한 사유 없이 부부 모두 실거주를 중단할 경우 연금 지급은 중단된다.
가입자 본인이 먼저 사망하더라도 배우자에게 연금이 지급된다. 부부 모두 사망 땐 집값에서 연금 지급액을 제외한 만큼 상속인에게 지급된다. 주택 처분 후 상속이 이뤄지기 때문에 가입 시점 대비 오른 집값 상승분도 상속액에 반영된다. 연금 수령액이 집값을 초과한 경우 상속인에게 별도 청구하지 않는다.
담보 제공 방식에 따라 저당권과 신탁 두 종류로 나뉜다. 저당권 방식은 주택 소유주가 소유권을 유지하는 대신 HF가 저당권을 설정하는 방법이다. 신탁방식은 HF에 주택 소유권을 넘기는 방식으로 최대 20% 연금을 더 받을 수 있는 우대형 주택 연금이 이 방식을 활용한다. 부부 기준 2억5000만원 미만의 1주택 소유자이면서 부부 중 한명이 기초연금 수급권자일 경우에만 가입할 수 있다.
월지급금 예시. 자료: 한국주택금융공사
10억원짜리 주택을 가진 70세 노인이 65세 배우자와 함께 주택 연금에 가입했다면 매월 얼마씩 받을 수 있을까? 월 242만5000원(3월 1일 기준)을 평생 받을 수 있다. 이자, 수수료 등 비용을 제외하고 단순 계산했을 때 412개월(약 34년) 동안 수령할 수 있는 수준이다.
충분한 노후 자금을 확보할 수 있음에도 주택 연금 가입률은 아직 1%대에 불과하다. 가입 조건이 완화되면서 찾는 사람도 늘고 있지만 수요자의 관심을 끌기엔 아쉬운 점이 많다는 반응이다. 집값이 오를 경우 연금 가입이 되레 손해일 수 있다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2025 HF 주택금융 콘퍼런스 발표 자료’에 따르면 올해 2월 기준 주택 연금 누적 가입자는 13만7997명으로 집계됐다. 주택 연금에 가입할 수 있는 만 55세 이상 가구주의 1.27%에 해당한다. 공시가 12억원 초과 등 가입 불가 소유자 등을 감안하면 실제 비중은 소폭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HF 확인 결과, 올해 4월까지 집계된 가입 건수는 14만775건으로 나타났다.
집값 상승 및 주택 가격 제한 완화 영향으로 담보주택 가격은 상승했다. 3억원 이하 비중은 2020년 50.4%에서 2024년 37.0%로 줄었다. 6억원 이상 비중은 2020년 15.9%에서 2024년 17.2%로 증가했다.
김광욱 HF 정책연구팀장은 '연금 퍼즐' 현상의 원인으로 자녀 상속 의향, 손실 회피 성향, 유동성 유지 등을 꼽았다. 쉽게 말해 향후 집값이 더 오를 것이란 기대와 함께 자녀에게 집을 물려주고 싶은 욕구가 강하다는 것이다. 연금 퍼즐은 연금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하나 가입은 주저하는 현상을 말한다.
HF가 집값 상승분을 반영하지 못하는 것은 되레 집값이 내려갔을 때 분쟁의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연금 상품의 특성상 안정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집값 변동분을 연금 지급액과 연동하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 수도권 등 주요 지역은 장기적으로 집값이 상승곡선을 그릴 확률이 높은 만큼 일정 부분은 반영해줄 필요도 있다”고 덧붙였다.
인구 고령화, 국민연금 기금 고갈 등 상황을 고려하면 주택 연금의 필요성은 분명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만 55~79세 연금 수령자의 월평균 수령액은 82만원(2024년 5월 기준)이다. 국민연금연구원이 제시한 적정 노후 생활비인 월 296만9000원(부부 기준)에 크게 못 미친다. 2022~2025년 주택 연금 평균 월 지급금이 175만5000원인 것을 감안하면 노후 자금 마련에 큰 보탬이 될 수 있다.
주택 연금 잠재수요는 적지 않다. 한국은행이 작년 8~10월 만 55~79세 주택보유자 382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35.3%가 주택 연금 가입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상품 설계 보완 또는 추가 정보 제공 땐 가입 의향이 41.4%까지 올랐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가입 조건의 유연성을 높이고 집값 상승분을 일부 보장하는 등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양지영 신한투자증권 자산관리컨설팅부 수석은 “집은 자식에게 물려줘야 한다는 인식이 강해 주택 연금이 활성화되지 않고 있다”며 “연금 수령과 상속 비율을 정할 수 있게 하는 등의 방법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집값, 물가 등과 연동한 변동형 상품을 도입한다면 수요자들의 관심도 커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손주형 기자 handbro@hankyung.com
![10억 집이면 월 200씩 나오는데…주택연금 가입률 1%대인 이유 [집코노미-집 100세 시대]](https://img.hankyung.com/photo/202506/01.40704863.1.jpg)
10억 집으로 월 240만원씩 평생 수령
4일 은행업계에 따르면 공시가격 12억원이 넘는 아파트로 주택 연금에 가입할 길이 생겼다. 하나금융그룹이 민간 주택 연금 상품인 ‘하나더넥스트 내집연금’을 출시하면서다. 이전까지는 공시가격 12억원 이하 주택 보유자만 HF의 공적 주택 연금을 이용할 수 있었다.
주택 연금은 주택 소유자가 집을 담보로 제공하면 계속 거주하면서 매월 연금을 받을 수 있도록 국가가 보증하는 제도다. 부부 중 1명이 55세 이상이고 부부 합산 공시가격 12억원 이하 주택 또는 주거 용도의 오피스텔을 소유한 경우 가입할 수 있다. 다주택자라도 합산 12억원 이하면 가능하다. 특별한 사유 없이 부부 모두 실거주를 중단할 경우 연금 지급은 중단된다.
가입자 본인이 먼저 사망하더라도 배우자에게 연금이 지급된다. 부부 모두 사망 땐 집값에서 연금 지급액을 제외한 만큼 상속인에게 지급된다. 주택 처분 후 상속이 이뤄지기 때문에 가입 시점 대비 오른 집값 상승분도 상속액에 반영된다. 연금 수령액이 집값을 초과한 경우 상속인에게 별도 청구하지 않는다.
담보 제공 방식에 따라 저당권과 신탁 두 종류로 나뉜다. 저당권 방식은 주택 소유주가 소유권을 유지하는 대신 HF가 저당권을 설정하는 방법이다. 신탁방식은 HF에 주택 소유권을 넘기는 방식으로 최대 20% 연금을 더 받을 수 있는 우대형 주택 연금이 이 방식을 활용한다. 부부 기준 2억5000만원 미만의 1주택 소유자이면서 부부 중 한명이 기초연금 수급권자일 경우에만 가입할 수 있다.

가입률 1%대 불과…“자녀에 집 물려주려는 욕구 커”
충분한 노후 자금을 확보할 수 있음에도 주택 연금 가입률은 아직 1%대에 불과하다. 가입 조건이 완화되면서 찾는 사람도 늘고 있지만 수요자의 관심을 끌기엔 아쉬운 점이 많다는 반응이다. 집값이 오를 경우 연금 가입이 되레 손해일 수 있다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2025 HF 주택금융 콘퍼런스 발표 자료’에 따르면 올해 2월 기준 주택 연금 누적 가입자는 13만7997명으로 집계됐다. 주택 연금에 가입할 수 있는 만 55세 이상 가구주의 1.27%에 해당한다. 공시가 12억원 초과 등 가입 불가 소유자 등을 감안하면 실제 비중은 소폭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HF 확인 결과, 올해 4월까지 집계된 가입 건수는 14만775건으로 나타났다.
![10억 집이면 월 200씩 나오는데…주택연금 가입률 1%대인 이유 [집코노미-집 100세 시대]](https://img.hankyung.com/photo/202506/01.40719556.1.jpg)
김광욱 HF 정책연구팀장은 '연금 퍼즐' 현상의 원인으로 자녀 상속 의향, 손실 회피 성향, 유동성 유지 등을 꼽았다. 쉽게 말해 향후 집값이 더 오를 것이란 기대와 함께 자녀에게 집을 물려주고 싶은 욕구가 강하다는 것이다. 연금 퍼즐은 연금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하나 가입은 주저하는 현상을 말한다.
HF가 집값 상승분을 반영하지 못하는 것은 되레 집값이 내려갔을 때 분쟁의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연금 상품의 특성상 안정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집값 변동분을 연금 지급액과 연동하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 수도권 등 주요 지역은 장기적으로 집값이 상승곡선을 그릴 확률이 높은 만큼 일정 부분은 반영해줄 필요도 있다”고 덧붙였다.
“집값, 물가 등 변동형 상품 출시해야”
인구 고령화, 국민연금 기금 고갈 등 상황을 고려하면 주택 연금의 필요성은 분명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만 55~79세 연금 수령자의 월평균 수령액은 82만원(2024년 5월 기준)이다. 국민연금연구원이 제시한 적정 노후 생활비인 월 296만9000원(부부 기준)에 크게 못 미친다. 2022~2025년 주택 연금 평균 월 지급금이 175만5000원인 것을 감안하면 노후 자금 마련에 큰 보탬이 될 수 있다.
주택 연금 잠재수요는 적지 않다. 한국은행이 작년 8~10월 만 55~79세 주택보유자 382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35.3%가 주택 연금 가입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상품 설계 보완 또는 추가 정보 제공 땐 가입 의향이 41.4%까지 올랐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가입 조건의 유연성을 높이고 집값 상승분을 일부 보장하는 등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양지영 신한투자증권 자산관리컨설팅부 수석은 “집은 자식에게 물려줘야 한다는 인식이 강해 주택 연금이 활성화되지 않고 있다”며 “연금 수령과 상속 비율을 정할 수 있게 하는 등의 방법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집값, 물가 등과 연동한 변동형 상품을 도입한다면 수요자들의 관심도 커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65세 인구가 전 국민의 20%를 웃도는 ‘초고령 사회’에 진입했습니다. 은퇴한 시니어 세대에게 건강과 주거가 핵심 이슈입니다. ‘집 100세 시대’는 노후를 안락하고 안전하게 보낼 수 있는 주택 솔루션을 탐구합니다. 매주 목요일 집코노미 플랫폼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손주형 기자 handbro@hankyung.com